김현주 기자
[한국뷰티건강산업신문 김현주 기자]
“먹는 뷰티, 마시는 건강”이 단순 유행을 넘어 현대인의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이제 건강기능식품은 약국이나 드럭스토어에만 머물지 않는다. 편의점, 카페, 온라인 정기배송 서비스까지—건강은 ‘선택’이 아니라 ‘루틴’이 된 시대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국내 건강기능식품(이하 건기식) 시장은 2025년, 사상 처음으로 10조 원 규모를 돌파할 전망이다. 이는 단순한 시장 확장을 넘어, 건강관리의 패러다임이 ‘보편적 보충’에서 ‘개인화된 처방’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제 건기식은 ‘누구나 먹는 비타민’이 아니라, ‘내 몸에 딱 맞는 성분을 고르는 시대’에 들어섰다.
피부 컨디션에 따라 콜라겐을, 피로도에 따라 홍삼을, 집중력 향상엔 오메가3를 선택하는 능동적 소비자들이 이 거대한 시장의 주도권을 잡고 있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24년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는 약 9조 5천억 원, 2025년에는 10조 2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는 2015년 약 5조 원 수준이었던 시장이 불과 10년 만에 2배 이상 확대된 것으로, 전례 없이 빠른 성장 속도다.
이 같은 성장세는 ▲고령화 사회 진입, ▲셀프 메디케이션 확산, ▲팬데믹 이후 건강 민감도 상승,
▲MZ세대의 이너뷰티·영양 트렌드 흡수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예방 중심의 건강관리 인식 전환이 시장 확대의 핵심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주요 성장 품목은 면역력·소화·피부·눈 건강 등 특화된 기능 중심 제품군이며, 그 중에서도 ▲유산균, ▲콜라겐, ▲루테인, ▲비타민B군, ▲마그네슘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이들 성분을 복합적으로 배합하거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기능 맞춤형 제품’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수면+피로회복 복합 기능 제품’, ‘이너뷰티+면역 강화’ 컨셉의 멀티 성분 조합이 인기다.
또한 기존의 정제(알약) 형태를 넘어, 젤리·구미·음료·파우더·앰플형 제품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건강기능식품이 ‘먹기 쉽고, 보기 좋고, 즐기기 쉬운’ 라이프스타일 소비재로 진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연도 | 시장 규모 | 연간 성장률 |
---|---|---|
2015 | 약 5.1조 원 | – |
2020 | 약 7.6조 원 | +6.0% |
2024 | 약 9.5조 원 | +7.4% |
2025 (예상) | 10.2조 원 | +7.6% |
표구성=김현주기자
2020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4차 산업혁명 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 제도를 통해 ‘개인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추천·판매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기 시작했다. 해당 사업은 전문가 상담, 개인 건강 정보 기반 성분 추천, 현장 소분 등을 포함한 형태로 풀무원, 콜마비앤에이치, 뉴트리 등 7개 기업이 참여하여 실증사업을 운영했다.
이후 정부는 소비자 건강정보의 안전성과 제도 실효성 확보를 위해 2023년부터 관련 제도화 방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식약처는 2024년 하반기부터 매장 운영기준 및 안전 가이드라인 마련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아직 완전한 정규 제도 전환은 이루어지지 않았으나, 관련 법안 및 시행령 개정이 논의 중이다.
시장에서는 이 흐름에 맞춰 AI 기반 설문 추천, 마이크로바이옴 분석, 피부 진단 연계 서비스 등
정밀 맞춤형 접근이 활발히 시도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최근 'Fai(페이)'라는 AI 기반 맞춤 추천 플랫폼을 자사몰 'CJ더마켓'에 도입해 식습관, 장 건강, 수면 등 설문 결과를 기반으로 건기식 제품을 제안하고 있으며, CJ바이오사이언스는 장내 미생물 분석을 통한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추천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콜마비앤에이치와 한국인삼공사(KGC)는 약국과 매장을 중심으로 현장 조제 기반의 맞춤형 소분 건기식 판매를 확대하고 있으며, 뉴트리는 피부 측정기기를 활용한 이너뷰티 특화 맞춤 서비스를 구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차세대 경쟁력은 결국 개인화, 과학 기반 추천, 디지털 연계에 달려 있다”며, “제도 전환과 함께 본격적인 산업 확장이 기대된다”고 진단했다.
표구성=김현주기자
과거 중장년층 중심이던 건강기능식품(건기식) 소비층은 이제 20~30대의 ‘능동적 건강관리 세대’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자기 효능감이 높은 MZ세대(1981~2010년생)는 단순한 건강 유지를 넘어 나에게 최적화된 성분을 스스로 설계하는 소비자로 진화하고 있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의 2024년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20~30대 소비자의 68.1%가 ‘건강기능식품을 직접 비교·분석해 구매한다’고 응답했으며, 56.7%는 ‘개인 맞춤형 제품’에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제, 분말, 구미, 젤리, 음료 등 다양한 제형을 선택하고, 이너뷰티, 면역력 강화, 피로 회복, 집중력 향상, 수면 질 개선 등 명확한 목적성 중심의 효능을 기준으로 제품을 고른다.
한 건기식 브랜드 관계자는 “과거에는 ‘어떤 기능에 좋다’는 단선적 접근이었다면, 지금은 라이프스타일 분석 → 개인 건강 분석 → 맞춤 추천 → 정기배송으로 이어지는 정밀 건강 루틴이 하나의 라이프 트렌드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MZ세대의 등장은 건기식 시장의 전달 방식, 기획 전략, 유통 구조 전반에 근본적인 혁신을 유도하고 있다. 특히 플랫폼형 진단 솔루션과 연계한 브랜드들의 성장이 가속화되면서, 이제 소비자는 단순한 건강보조제가 아닌, 내 삶의 리듬에 맞춘 건강 루틴을 고르는 시대다.
최근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는 ‘이너뷰티’ 제품의 급성장이다.
콜라겐, 히알루론산, 비오틴, 엘라스틴, 세라마이드, 항산화 성분 등은 이제 단순히 피부에 바르는 것이 아니라, 섭취를 통한 뷰티 솔루션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의 2024년 산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이너뷰티 시장 규모는 2024년 약 9,300억 원에 달하며, 연평균 15% 이상 성장세를 기록, 2027년에는 1조 5천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성장은 특히 20~30대 여성 소비자의 수요 확대에 기반하고 있으며, KOTRA는 “이너뷰티 제품이 기능성과 미용성을 동시에 충족하는 ‘하이브리드 제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엘앤피코스메틱(메디힐 이너뷰티 라인), 아모레퍼시픽(비레디/뷰티풀라이프), 일동제약(하이생) 등 뷰티와 제약의 융합 브랜드들이 활발하게 제품군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2025년 6월 LG생활건강이 출시한 ‘이너뷰 바이 리튠(INNERBEAU)’는 다이소 전용 건강기능식품 브랜드로, 합리적 가격대와 간편 제형을 앞세워 이너뷰티의 대중화 흐름을 상징하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건강기능식품, 이젠 ‘뷰티’와 연결된다… 먹는 화장품의 진화. 사진=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는 생성형 AI 이미지.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조은정 교수는 “건강기능식품 소비는 단순한 ‘영양 보충’에서 벗어나, ‘예측-진단-처방-관리’로 이어지는 전주기적 건강관리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유전체 분석, 장내 마이크로바이옴(미생물), 생활습관 기반의 행동 데이터를 종합해 초개인화된 영양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에서도 이러한 변화는 뚜렷하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드마켓(MarketsandMarkets)은 정밀영양(Personalized Nutrition) 시장 규모가 2023년 139억 달러에서 2028년 280억 달러 이상으로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에서도 CJ제일제당, 정관장, 뉴트리 등 주요 기업들이 DNA 기반 추천, 장내 유익균 분석, AI 문진 솔루션 등 기술 도입을 가속화하고 있다.
조 교수는 또 “건기식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성분의 출처, 제조공정의 투명성, 환경 및 윤리적 고려까지 포함된 ‘지속가능한 건강소비’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동물성 원료를 배제하고, 식물성 성분 기반의 ‘클린 라벨’ 제품에 대한 소비자 수요는 2030 세대를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으며, 국내외 브랜드들이 ‘동물실험 반대’, ‘환경친화 패키징’을 내세운 건기식 라인을 확대하는 흐름도 두드러진다.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단순한 제품 소비를 넘어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설계하는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과거에는 건강이 ‘아플 때 챙기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매일 실천하는 루틴’이 되었다.
소비자는 더 이상 기업이 던져주는 기능성 문구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스스로 진단하고 비교하며, 내 몸에 맞는 방식으로 ‘건강을 기획’하는 시대다.
앞으로 이 시장의 관건은 기술력과 신뢰다. 정밀 영양을 실현할 수 있는 AI 기반 문진, 유전자 해석, 마이크로바이옴 분석 기술은 초개인화 제품의 실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기술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데이터를 다루는 윤리적 감수성과 투명성이다.
또한, ‘내 몸’만이 아닌 ‘지구의 몸’까지 생각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성분의 출처, 제조 공정, 포장 방식 등에서 지속가능성과 환경윤리를 고려한 브랜드만이 앞으로의 선택을 받을 것이다.
맞춤형 건강기능식품은 이제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누가 나를 가장 잘 이해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하는 산업으로 나아가고 있다. 건강관리의 패러다임은 제품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그리고 질병 대응 중심에서 예방·행동 기반 루틴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건강관리의 주체는 소비자 자신’임을 증명하는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