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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실의 자연치유 식탁 4] 닭고기, 의술이 된 음식 한 그릇
  • 기사등록 2025-07-21 18:51:41
  • 기사수정 2025-07-22 14:4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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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뷰티건강산업신문 고운실 칼럼니스트]


어제 내린 비를 맞아서일까, 온몸이 뒤틀리듯 아프고 콧물이 찔끔거린다. 몸살기와 두통이 몰려온다. 원래 같으면 따뜻한 생강차나 쌍화차 한 잔이면 금세 나아질 것 같았지만, 마침 연구소에 들른 손님과 어쩌다 보니 치킨을 시켜 함께 나눠 먹고 말았다. 바삭한 튀김옷 속에 담긴 열기는 위로보다는 유혹에 가까웠다. 한 조각, 두 조각… 아주 야무지게 먹어 치웠다.

 

어릴 적 나는 닭고기만 먹으면 몸이 가려워 유난히 짜증을 부리곤 했다. 반면 동생들은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던 부엌에서 어머니와 수다를 떨며 그 순간을 즐겼다. 그 시절엔 집에서 기르던 생닭을 정성스레 손질해 뱃속에 쌀과 마늘을 넣은 백숙이 전부였지만, 그 냄새가 골목 끝까지 퍼졌고, 식구들은 말없이 뼈까지 오독오독 씹으며 조용히, 열심히 먹던 기억안에 닭 한 마리는 고된 하루를 정리해주는 보약이자, 무언의 위로였다. 왜일까? 닭고기에는 몸을 살리는 무언가가 있고, 그 속에는 삶을 회복하는 ‘치유’가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한자 속 닭고기, 술 그리고 의술의 비밀

‘의술할 때 의(醫)’ 자를 들여다보면 재미있는 구성이 눈에 띈다. 그 위에 ‘酉(유)’, 즉 ‘닭 유’가 떡하니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이 酉는 단순히 닭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본래는 ‘술 항아리’를 상징하는 상형문자다. 고대 중국에서는 술(酉)이 곧 약이었고, 이는 다시 ‘의술(醫術)’의 근간이 되었다. 의(醫)는 酉(술) + 矢(화살) + 殳(도구)로 구성된다. 이는 곧 ‘술과 도구를 이용해 병든 곳을 치료한다’는 뜻이 된다. 

 

여기서 술은 단순한 기호품이 아닌, 발효된 약, 즉 자연에서 얻은 치유력의 상징이었다. 재미있게도, 닭이 '酉'로 상징되기도 한다.  12지지 중 열 번째인 유(酉)는 닭을 뜻하며, 닭은 일찍이 사람에게 시간을 알리고, 병을 물리치고, 기운을 돋우는 상징적인 동물로 여겨져 왔다. 그렇다면, 닭고기는 단순한 식재료가 아니라, 고대로부터 ‘치유의 상징’으로 여겨진 생명 에너지가 아니었을까?

  

닭고기에 얽힌 민간 전설과 전통 지혜

전라도 어느 산골에서는 닭을 잡을 때 첫 국물은 어른께 올리고, 두 번째 국물은 병든 자식에게 준다는 말이 전해진다. 여기에는 ‘닭고기의 진국이 노약자나 환자에게 좋다’는 민간의 지혜가 담겨 있다.

삼계탕이나 닭백숙에 들어가는 황기나 인삼은 기(氣)를 보하고 피를 맑게 하며, 닭의 단백질과 함께 면역력 회복에 뛰어난 궁합을 이룬다. 조선시대 《동의보감(東醫寶鑑)》에도 닭고기는 “비위(脾胃)를 보하고 허약함을 다스리며, 산후 회복에 좋다”고 기록되어 있다.


닭고기는 오장을 따뜻하게 하고 노곤함을 풀어주는 식품으로, 사계절 내내 즐겨 쓰였다. 특히 병을 앓고 난 뒤에는 꼭 닭고기탕을 먹이곤 했다. 지방이 적고 소화가 잘 되는 고단백 식품으로, 노약자나 수험생, 회복기 환자에게도 적합하다. 또한 닭고기에 함유된 셀레늄은 항산화 작용, 노화 방지, 갑상선 기능 조절에도 효과적이다.

 

함께 먹으면 좋은 치유 레시피

 

• 닭고기 들깨 미역국

닭가슴살을 삶아 잘게 찢고, 미역과 함께 들깨가루를 풀어 넣는다.
미역은 해독과 부종 완화, 들깨는 오메가3 지방산으로 항염 및 면역력 강화에 좋다.
감기 후 체력이 떨어졌을 때, 부드럽고 따뜻한 해장성 치유 음식으로 권할 만하다.

 

•닭고기 우엉조림

닭다리살을 간장, 매실청, 생강, 다진 마늘로 졸일 때, 우엉채를 함께 넣어 조린다.
우엉은 혈액순환을 돕고 독소 배출에 탁월하며, 이 조림은 간을 따뜻하게 하고 간 해독이 필요한 현대인에게 이상적인 반찬이 된다.

 

•닭백숙 마음의 회복을 담은 음식
냄비에 물을 붓고 손질한 토종닭 한 마리를 넣는다. 속에는 찹쌀 반 공기, 마늘 한 줌, 인삼 두 뿌리, 대추 다섯 알, 황기 뿌리, 그리고 생강 몇 조각을 담는다.

끓어오르면 거품을 걷고, 뭉근한 불로 약한 불로 2시간 정도 뭉근히 끓인다.

국물은 뽀얗고 진해지고, 숟가락을 뜨는 순간, 첫술에서 느껴지는 것은 위장이 따뜻해지는 안도감이 든다. 닭고기의 부드러움과 약재의 향이 몸을 감싸는 진정한 치유의 시간이다


치유는 느린 밥상에서 온다 – 닭고기의 의미학

현대는 너무 빠르다. 닭고기조차도 치킨, 닭강정, 닭꼬치로 즉각적인 소비와 자극이 상징이 되었다. 하지만 진짜 치유는 느리다. 뭉근하게 끓는 솥 앞에서 기다리는 시간, 그 자체가 치유의 의식이다. 닭고기 한 그릇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나를 살리는 음식이자, 관계를 회복시키는 정(情)이다. 의술이란 고작 약을 주는 일이 아니라, 술(酉)처럼 따뜻한 마음을 건네는 행위라는 것을 잊지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초복날 필자의 식탁 옛 선현들은 말했다. 

"음식은 약이고, 밥상은 치유다"

 『황제내경(黃帝內經)』에서는 “약(藥)보다는 음식(食)이 먼저다고 했다.

감기든, 마음이든, 몸이 아픈 날에는 튀긴음식 보다 닭백숙을. 빠른 위로보다 천천히 끓여낸 정성 한 그릇이 사람을 살린다. 酉(닭고기) 속에 담긴 의술의 본뜻을 떠올리며, 오늘 삼계탕 한 그릇을 나누어보자. 자연치유식탁은 곧 삶의 철학이자, 가장 따뜻한 약이다.

 

고운실 | 365일 자연치유 저자, 성결대학교 자연치유매니즈먼트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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