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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실의 자연치유 식탁 6] “감자꽃 필 무렵, 당신을 따르겠습니다!” – 삶을 지탱한 땅의 선물 감자 이야기
  • 기사등록 2025-07-28 21:23:19
  • 기사수정 2025-07-28 21:2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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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017 우리농산물 공모전 사진 당선작-따뜻한 감자(우승민)

감자는 내 어린 시절 허기를 달래주던 투덜거림에서 시작되었다. 특히 내 고향 제주도는 쌀이 귀한 지방이었다. 어머니는 고구마, 수제비에 이어 감자를 삶아 식구들의 허기를 채워 주셨다. 별다른 반찬도 없이 소금만 살짝 찍어도 꿀맛 같았고, 설탕에 찍어 먹던 감자는 아이들만의 작은 사치이자 기쁨이었다. 감자는 단순한 뿌리채소 이상의 존재였다. 허기진 시절의 대체식이었고, 식구들과 함께 앉아 먹으며 맛이 없다는 대신 ‘맹숭맹숭하다’는 표현을 썼지만, 그 담백함 속엔 삶을 지탱해 주는 조용한 위로가 있었다.

 

그때 텃밭 한켠에 피어난 하얀 감자꽃의 꽃말이 ‘당신을 따르겠습니다’라는 것을 안 건 훨씬 뒤였다. 흙 속에서 묵묵히 자라며 드러내지 않지만 뿌리 깊은 헌신을 품은 감자. 돌이켜보면 그것은 어머니의 사랑과도 닮아 있었다. 감자는 삶의 무게를 고스란히 품은 뿌리였고, 흙 속 깊은 곳에서 꿋꿋이 자라며 우리를 지탱해 주던 조용한 동반자였다. 그래서 감자는 한 시절의 기억이자, 우리 존재의 뿌리인지도 모른다.

 

얼마 전 강원도 분들과 감자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분들도 어린 시절 감자를 삶아 먹던 기억을 꺼내놓았다. 하지만 그분들은 삶은 감자만이 아니었다. 감자떡, 감자송편, 감자옹심이, 감자묵, 감자전병, 감자만두까지 감자를 주재료로 한 음식이 늘 함께했다고 했다. 감자가 제주도보다 훨씬 많이 재배되던 땅이라 그런지, 감자를 밥처럼, 빵처럼, 떡처럼 먹으며 자랐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강원도의 감자송편은 다이어트를 하는 내 입맛에도 쫄깃한 식감과 은근한 단맛으로 다가온다. 그것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음식을 넘어, 세대를 이어주는 추억의 맛이 된다. 감자는 오늘도 묵묵히 우리 삶을 지탱해 주며, 한때의 허기를 달래주던 그 시절처럼, 여전히 우리 곁에서 조용한 위로가 되어준다.

 

감자에 얽힌 전설과 민간 이야기 -생명을 지킨 땅의 선물

감자의 원산지는 남미 안데스산맥이다. 옛날 잉카 문명 시대, 혹독한 가뭄으로 마을이 기근에 시달릴 때 하늘의 신인 파차마마가 꿈속에서 한 농부에게 나타났고, 신은 깊은 산속의 검은 흙을 파면 땅속에 생명을 품은 열매가 있을 거라고 했다. 농부는 믿고 산을 올라가 흙을 파기 시작했고, 그 안에서 처음으로 감자를 발견했다. 이 감자는 땅속에서 자라지만 사람들에게 영양을 주는 신의 선물이라 여겨졌고, 이후 감자는 '땅이 준 생명'이라 불리며 마을을 굶주림에서 구했다. 감자는 그 뒤로도 고산지대 주민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생명줄이 되었다. 

 

중세 유럽에서는 감자가 한때 악마의 열매로 불렸다는 이야기도 있다. 땅속에서 자라면서 꽃은 화려하고 열매는 독성을 가지고 있었기에 사람들은 두려워했다. 하지만 어느 날 한 농부가 감자를 먹고 병을 이겨낸 이야기가 퍼지며 감자는 오해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프랑스의 루이 16세는 감자의 가치를 인정해 감자밭에 군인을 세워 사람들의 관심을 유도했다는 일화도 있고, 사람들이 몰래 감자를 훔쳐 키우기 시작했고, 감자는 전 유럽으로 퍼져나갔다.

이야기 속에서 감자는 단순한 농작물이 아니라, 생존과 치유, 신비와 전환을 상징하는 존재로 그려지며, 페루와 볼리비아 고산지대에서 시작된 이 작물은 스페인을 거쳐 유럽과 아시아로 전파되었다. 한국에는 조선 후기 흉년을 대비하기 위한 구황작물로 전해졌고, 일제강점기 이후 본격적으로 재배되기 시작했다.

 

전라도 고산 지역에서는 “감자밭에는 귀신이 못 산다”는 말이 전해진다. 감자가 땅을 정화하고 기운을 순하게 만들어 잡귀가 머무르지 못한다는 뜻이다. 감자의 뿌리는 흙속 깊이 뻗어 들어가 수분을 머금고 독소를 해독하며, 땅속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영리한 약초’로 불리기도 한다. 또한 옛 어르신들은 아이가 설사를 하거나 위장병을 앓을 때 감자즙을 짜서 마시게 하곤 했다. 특히 감자 껍질을 벗긴 후 강판에 갈아 물을 짜낸 감자즙은 ‘속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자연의 약’으로 여겨졌다. 이는 지금도 위염, 위궤양 증상 완화에 민간요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뿌리에서 얻는 자연의 약

감자는 영양과 치유력을 겸비한 대표적인 건강 식재료다. 탄수화물뿐 아니라 식이섬유, 칼륨, 비타민 C가 풍부하게 들어 있다. 특히 감자의 비타민 C는 열에 강해 삶거나 구워도 잘 파괴되지 않아 항산화 효과가 뛰어나다.

•위장 건강 : 감자는 위산을 중화시키고 위벽을 보호해 위염, 위궤양에 효과적이다.

•부종 완화 : 칼륨 함량이 높아 나트륨 배출을 도와 붓기를 줄인다.

•피부 진정 : 얇게 썬 감자를 눈가나 피부에 올려두면 열감 완화에 도움이 된다.

•소염 작용 : 감자 찜질은 관절 통증과 염증 완화에 민간요법으로 활용되어 왔다.

감자는 단순한 식재료를 넘어 ‘치유하는 뿌리’이자 ‘약이 되는 밥’이다

 

치유 음식 레시피 – 감자 수프와 감자전의 기억

필자가 감자스프 만들려고 깍은감자

① 위장을 달래는 ‘감자 수프’

•재료 : 감자 2개, 양파 1/2개, 마늘 1쪽, 우유 1컵, 소금 약간

•조리법

감자와 양파를 얇게 썰어 삶은 후 블렌더에 곱게 간다. 다시 냄비에 붓고 우유를 넣어 데운 뒤, 소금으로 간을 한다. 우유의 부드러움과 감자의 포근함이 속을 편안하게 감싸준다. 식욕이 없을 때, 몸이 허할 때, 최고의 자연 치유식이다.

 

② 추억을 부치는 ‘감자전’

•재료 : 감자 3개, 소금 약간, (기호에 따라 쪽파, 양파)

•조리법

감자를 강판에 갈아 물기를 빼고, 전분을 가라앉혀 섞은 뒤 소금으로 간을 하여 지글지글 부쳐낸다. 60년대 그 시절에는 코팅도 안 된 솥뚜껑에서 감자전을 부치던 어머니 옆에서 눌러붙은 전을 긁어 먹겠다며 숟가락을 들고 웃던 동생들과의 포근한 추억과 그 바삭한 감자전 한 조각에는 가족의 시간, 추억의 냄새가 어떤 고급 요리보다 깊은 위로가 되어 고스란히남아 있다.

  

감자는 다시 돌아온다, 마음의 뿌리처럼

감자는 고개 숙여 땅속에서 자라기 때문메 겉으로 화려하지 않다. 

겉으로 화려한 잎이나 꽃을 자랑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그 겸손한 자세로 수많은 가난한 사람의 배를 채웠고, 시대를 견디는 식탁의 친구로 자리 잡았다. 감자꽃의 꽃말이 ‘당신을 따르겠습니다’인 것처럼, 봄과 가을! 언제나 우리 삶의 뒤편에서 묵묵히 함께해 왔다.

“우리가 발 딛고 사는 흙은, 우리가 먹는 감자의 기억을 안고 있다.”
이 말처럼 감자는 단지 구황작물이 아니라, 기억과 정서, 치유와 생명의 상징이다. 삶이 힘겨운 날에는 따뜻하게 찐 감자 하나에 소금 살짝 찍어 먹어보자. 그 속에 담긴 묵묵한 위로가 담겨있다.

다시 감자의 계절이다. 

꽃은 작지만 고운 그 감자꽃처럼, 우리 삶도 조용히 피어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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