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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실의 자연치유 식탁 7] “신과 인간사이에 놓인 안녕의 상징”– 제물, 치유, 기억으로 이어진 북어 이야기
  • 기사등록 2025-07-31 15:00:25
  • 기사수정 2025-07-31 20:5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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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국을 끓이려고 손질한 북어포

바다에서 마른 제물로 – 북어의 이중적 운명

북어는 한국인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자리한 음식이다. 바다에서 태어나 육지로 올라와 말려지고, 제물로 바쳐지며 때로는 술 안주로, 때로는 해장국으로 우리 곁을 지켜왔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북어는 신과 인간을 연결하는 주술적 매개물이었다. 유교식 제례는 물론 무속 굿상에도 반드시 오르며, 하늘과 조상을 향한 염원을 담아 올려졌다. 이때 쓰인 북어는 비린내 없이 잘 마르고, 형태를 잃지 않으며, 눈이 선명하게 남아 있어 귀신을 물리치는 힘이 있다고 믿었다. 북어는 어느 한 부위도 버릴 것이 없다. 머리부터 꼬리까지 모두 먹을 수 있는 식재료인 동시에, 많은 알을 낳고 큰 입을 가진 풍요의 상징이었다. 그렇기에 제례, 고사, 상량식, 함들이, 자동차 고사, 집터 고사까지 북어가 없는 민속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바람맞은 생선 이름에 담긴 이야기 – 북어냐, 명태냐

북어의 이름에도 흥미로운 전설이 숨어 있다. 고려 말, ‘북방에서 온 생선’이라는 뜻으로 처음 ‘북어(北魚)’라 불렸다는 설이 있다. 그러나 한때 이름 모를 생선으로 여겨져 식용을 꺼리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던 중 함경도 명천의 태씨 성을 가진 어부가 잡은 생선을 ‘명태’라 부르면서, 비로소 이 생선은 ‘민중의 생선’이 되었다. 현재는 상태와 지역, 가공 방법에 따라 북어, 황태, 생태, 동태, 코다리, 백태, 망태, 조태, 강태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이렇게 수많은 이름을 가진 물고기는 북어가 유일하다.

 

옛 강원도와 함경도의 어부들은 바닷바람에 잘 말린 명태를 ‘북어’라 불렀고, 더 차고 매서운 바람을 맞아 속살이 더 단단해진 명태를 ‘황태’라 했다. “바람을 맞아야 제 맛을 낸다”는 속담은 여기서 비롯됐다.


바닷바람은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라 ‘생선의 운명을 바꾸는 신성한 힘’으로 여겨졌다. 한겨울 매서운 눈바람을 견뎌야 황태가 되듯, 삶도 마찬가지다. 매서운 세월의 바람을 맞고 나서야 비로소 단단해지고 깊어지지 않던가.

  

민속신앙과 북어의 삶

전통 신앙에서는 북어를 인간의 대체물로 여겼다. 죽음의 운명을 가진 이를 위해 북어에 생년월일과 이름을 써서 길에 묻고, 신장개업 후 북어를 문 위에 걸고, 상량식에서는 실타래와 북어를 함께 올렸다. 자동차 고사에서는 차 앞에 놓인 북어가 액운을 대신 맞고, 고사 후에는 북어를 실에 감아 차 안에 넣는 풍습도 있다. 강원도 화천의 세시풍속 ‘제웅치기’에서는 액운을 막기 위해 북어에 오색천을 묶어 태운다. 심지어 바다에서 고기잡이를 시작하기 전, 선원 수대로 북어포를 바다에 던지며 풍어를 기원하는 제의도 전해온다. 북어는 늘 우리 대신 무언가를 감당하던 존재였다. “바람 맞은 생선이지만, 결국 사람을 대신해 바람막이가 되어 준 생선”인 셈이다.

 

북어는 몸을 살리는 약이 된다

북어는 식품을 넘어 약초처럼 쓰이는 치유식재료다. 말린 북어에는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이 풍부하고, 체내 해독작용과 간 기능 보호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속을 풀고 기를 돋우는 자연의 약으로 북어는 ‘해장 음식의 왕’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이는 단순히 속풀이 음식이라는 이미지 때문이 아니다. 실제로 북어에는 간 기능을 보호하고 회복시키는 아미노산, 특히 메티오닌과 시스테인이 풍부하다. 


또한 단백질 함량이 높으면서도 지방은 적어 소화가 잘되고 부담이 적다. 어린이 성장식, 노인 회복식으로도 손색이 없다. 민간에서는 감기에 걸려 기운이 없을 때 북어국을 끓여 먹으면 ‘속이 풀린다’고 했다. 그 따뜻한 국물은 체내 수분을 보충하고, 북어살의 가벼운 단백질은 위를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몸을 서서히 깨우는 역할을 한다.

 

 

북어 라임 허브 무침 

• 재료

북어채 1줌, 라임 1개(즙), 올리브유 2큰술, 다진 마늘 1/2작은술, 다진 고수 또는 파슬리 2큰술, 잘게 썬 적양파 2큰술, 방울토마토 4~5개, 꿀 1작은술, 소금·후추 약간

• 조리법

 북어채를 살짝 물에 불려 헹궈 소금기를 빼고 물기를 꼭 짠다.

 볼에 라임즙, 올리브유, 꿀, 소금, 후추를 넣어 ‘드레싱’을 만든다.

 북어채에 드레싱을 넣고, 고수·적양파·방울토마토를 넣어 살살 버무린다.

 5분 정도 잠시 두어 향이 스며들면 북어 세비체 스타일 무침 완성된다. 

북어와 세계의 ‘세비체(Ceviche)’ 개념을 접목해 라임, 허브, 방울토마토를 더한 북어 무침. 비타민C가 풍부해 간 해독·항산화·피로 회복에 탁월하다.

 

 ②북어 아보카도 샐러드 

• 재료

북어포 1마리(또는 북어채 1컵), 아보카도 1개, 어린잎채소 한 줌, 방울토마토 5개, 호두·아몬드 한 줌, 레몬즙 1큰술, 올리브유 2큰술, 꿀 1작은술, 소금·후추

• 조리 법

북어포를 살짝 굽거나 에어프라이어 활용하여 먹기 좋은 크기로 찢는다. 

아보카도·방울토마토·견과류와 함께 볼에 담는다.

레몬즙,올리브유,꿀 드레싱을 만들어 버무리면, 아보카도는 ‘숲속 버터’로 저칼로리·고단백과 오메가3·비타민E가 풍부하여 콜레스테롤 개선과 피부 재생, 면역력 강화,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다.


북어찜

• 재료 : 북어포 1마리, 간장, 고춧가루, 다진 마늘, 생강, 물엿, 참기름과 함께

북어포를 적당히 자르고, 양념장을 만들어 재운다. 냄비에 넣고 조림처럼 은근하게 익히면 은근한 감칠맛과 함게 기력 보충, 고단백 보양 음식으로 추천한다.

 

마른 생선 하나에 담긴 위로

북어는 생선이면서도 약이고, 음식이면서도 위로다. 차가운 겨울바람을 맞아야만 깊은 맛을 품듯, 우리 삶도 때로는 매서운 바람을 견뎌야 더 단단해진다. 그래서 북어를 찢는 일은 단순한 조리가 아니다. 가시를 하나하나 골라내듯, 삶의 쓸데없는 미움과 서운함을 골라내는 시간이다. 살점을 한 줄 한 줄 찢어 국을 끓이는 동안, 우리는 이미 마음의 앙금을 풀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누군가 그랬던 것처럼. 부엌에서 들려오는 ‘북어 찢는 소리’는 “괜찮다”는 말보다 더 따뜻한 위로였을 것이다. 북어 한 그릇 국은 단순히 속을 달래는 국이 아니다. 그것은 한 세대가 다른 세대를 위해 쌓아 올린 정성이자, 우리가 잊고 살던 삶의 온도와 힘을 다시 떠올리게 해주는 한 그릇의 ‘치유’다. 그것은 기억의 형상이며, 민속의 주술적 조각이고, 식탁 위의 ‘치유의 국물’ 이다. 제사상이든 아침 식탁이든 빠지지 않던 그 존재로 우리 곁을 지키며, 때론 문 위의 실타래로, 때론 부엌의 냄비 속 국물로, 그리고 삶의 한 귀퉁이에서 묵묵히 안녕을 기도하는 존재였다.

 

혹 삶이 고단하다면..., 북어 한 마리 사서 문 위에 거는 의식 대신, 물 한 바가지 넣고 국 한 그릇을 끓여보자. 그 한 그릇이 조용히, 묵묵히 우리 삶의 귀퉁이에서 누구의 안녕을 기도하는 무언의 기도가 될지 모른다. 바다에서 왔지만 하늘에 닿은 마른 생선, 그 이름은 북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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