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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실의 자연치유 식탁 8] 당신이 돌아올 길목에서 – 향긋한 당신도 귀하십니다. 당귀 한 쌈
  • 기사등록 2025-08-04 11:2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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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며칠째 감기 기운에 몸이 축 늘어지던 어느 날, 오랜만에 뵌 요가선생님과 함께 동네의 쌈밥집에 들렀다. 푸릇한 채소들이 가지런히 놓인 접시 한켠, 한입 크기로 잘려 있는 향긋한 당귀잎이 눈에 띄었다. 나는 말없이 그것을 골라 싸먹었다. 쌉싸래하면서도 입안에 퍼지는 묘한 향이 몸 안에 잠자고 있던 기운을 깨우는 듯했다. 그 순간, 요가선생님은 내게 당귀쌈을 하나 더 싸주시며 웃으며 말했다.
“이건 ‘당귀(當歸)’예요.”

“이 저녁 식탁위 당귀와 마주하니 당신도 귀 하십니다.”
‘당귀’라는 이름처럼, 돌아와야 할 사람이 마땅히 돌아온다는 뜻을 품은 이 약초는, 감기가 걸려 찔끔찔끔 콧물을 흘렸던 내겐 위로이자 치유였다.

   

■ 이름 속에 깃든 전설과 기다림

당귀는 한자를 풀어 ‘마땅히 돌아올 귀(歸)’라고 쓴다. 전설에 따르면, 오랜 전 중국의 한 여인이 전쟁터로 떠난 남편을 기다리며 당귀를 키웠는데, 이 풀을 달여 마신 덕에 병을 이겨내고 결국 무사히 돌아온 남편과 재회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 전설처럼 당귀는 ‘기약’, ‘재회’, ‘모정’이라는 꽃말을 지녔다. 8월에서 9월 사이 피는 작은 흰 꽃은 향기롭고 은은하다. 누군가를 향한 굳은 믿음과 기다림의 향기, 어머니의 따뜻한 품처럼 다가오는 그 향은 그 자체로 하나의 서사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 당귀를 여성의 기운을 살려 “모든 혈을 보하고 순하게 하며, 어혈을 풀고 통증을 멎게 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여성에게 특히 좋은 약초로 알려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생리통, 월경불순, 산후 회복 등 여성의 순환기 건강에 도움이 되며, 혈을 보충하고 기를 북돋아준다. 또한 항염, 항산화 작용이 뛰어나며 면역력을 높이고, 감기 후 회복기나 기력이 쇠한 이들에게도 권장된다. 실제로 최근에는 당귀 추출물이 건강기능식품, 피부 재생 크림, 한방차 등으로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 당귀로 차리는 치유의 식탁

이토록 효능 좋은 당귀는 단지 약으로만 머물지 않는다. 요즘은 상추, 깻잎과 함께 쌈채소로 상에 오르며 그 풍미를 넓혀가고 있다.
몇 가지 간단한 요리법을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① 당귀쌈밥
 •재료 : 갓 수확한 당귀잎, 현미밥, 된장소스, 고추, 마늘만 있으면 당귀잎에 밥과 된 장을 얹어 싸 먹는다. 쌉싸래한 향이 입맛을 돋운다.

 

② 당귀차
 •재료 : 말린 당귀 뿌리 5g, 물 500ml의 물에 당귀를 넣고 중불에서 20분 정도 달 인다. 피로가 누적될 때, 손발이 찰 때 마시면 좋다.

 

③ 당귀닭백숙
 •재료 : 토종닭, 당귀 뿌리, 대추, 마늘, 생강에 재료를 넣고 푹 고아낸다.

 보양식으로서 몸을 따뜻하게 덥히고 순환을 도운다.

당귀의 향은 조용하지만, 먹는 이의 속을 푸근하게 감싼다. 그 안에 담긴 사려 깊은 에너지, 기다림, 그리고 누군가의 손길 같은 감정은, 단순한 음식 그 이상의 울림이 있다.

 

당귀는 혼자 돋보이지 않는다. 다른 채소와 어울리며, 몸속 어지러운 기운을 정리하고 숨결을 가다듬는다. 우리가 잊고 지낸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당귀 한 잎 위에 얹혀온다.
“당신도 귀하십니다.”
그날 요가선생님의 말은, 곧 ‘당귀’의 이름이 내게 건넨 인사였다.

삶은 반복되는 기다림이자 돌아오는 여정이다.
그 길목에서, 향기로운 당귀 한 잎이 누군가를 맞이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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